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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노트

독립영화::: 당신의 부탁(Mothers, 2017)

※ 모든 영화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독립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흘러가는 조용한 이야기 속에서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영화들을 좋아합니다.


'더 테이블(2016)'이라는 영화에서

배우 임수정님의 모습을 보았었는데

또 다른 독립영화에서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게되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32살 효진(임수정)은 

평범하게 학원 강사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죽은 남편의 동생이 찾아와

형(죽은남편)의 아들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아들은 죽은 남편과 전부인 사이에서 

낳은 아들입니다.

사실상 효진과 혈연관계는 없는 아이였죠.


그동안은 할머니가 키워주고 계셨는데 

병세로 요양병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맡아 키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부탁이 아니라 거의 강요에 가까웠죠. 

 

효진은 고민 끝에 종욱(윤찬영)과

함께 살기로 합니다.  


직접 낳은 것도 아니고 

남편과는 사별을 한 상태였기때문에

관계를 끊으면 어쩌면

원래 이세상에 서로가 없었던 것처럼

지낼 수 있는 사이였을텐데 말이죠.



종욱은 효진을 '아줌마' 또는 '당신'이라부르며 

엄마이기를 거부합니다. 

친한 친구에게도 단순히 

'아빠의 애인'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서먹하고 어색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을 빚기도 하죠. 


종욱이 진짜 엄마를 찾아 나서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종욱은

자신을 이렇게 비유합니다. 


" 책이요.

새학기 때 '내 책이다.' 하고 받았는데

 누군가 책에 낙서를 

잔뜩 해놓은 기분 알아요? 

낙서가 너무 심해서 제대로 읽을 수도 없고,

 앞장은 다 찢겨나가서 

제대로 볼 수도 없는 책

 그 책이 나예요. "


이런 종욱의 말에 효진은 이렇게 답합니다.

"그래,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네 책이잖아.

너한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책."



이런 과정 속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두 사람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갑니다.



"왜 저랑 같이 살아요?"

라고 묻는 종욱에게 

효진은 이렇게 말합니다. 



"뭔가를 선택하는 건 포기하는거야. 

그리고 포기한다는 걸 받아들이는거야.

너가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한 쪽은 반드시 포기해야해."

라고 말이죠.



앞으로 효진과 종욱의 앞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서로가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사람을 곁에 두게 되었다는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