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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노트

책::: '말 센스'를 읽고


(feat. 가방속 텀블러에서 흐른 물의 흔적)


내향적인 성격으로 말 주변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이 때로는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대화에 잘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상대방이 어떤 말을 했을 때 그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 말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고 경험을 많이 해봐야 그런 것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주변의 말에 나를 낯선 환경에 많이 내던져 봤다. 새로운 환경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안에서 주를 이루는 사람을 보면 보통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 자신이 경험이 풍부해서 대화의 소재거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자신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말하는 사람, 자신의 철학이 세워져 있는 사람 등. 사람들은 말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했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평소 말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내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내가 생각해 왔던 말을 잘 하는 사람의 기준은 모두 자신의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표면적으로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에 집중해서 본 나는 말을 잘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같이 어울리고 싶은 사람, 관계를 지속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에서는 말을 하는 것보다 어떻게 듣는지에 따라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나 또한 사람들과 모여있는 자리에서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 또 의외로 그런 사람과 1:1로 대면하여 말을 하면 별로 대화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여겨질 때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만이 대화하고 싶은 사람으로 인식되지는 않는 것 같다. 책 제목이 '말 잘하는 법'이 아닌 '말 센스'이듯이 내가 어떻게 말을 잘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나의 말이, 태도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리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책에서는 말을 많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대화에서 자신의 말만 하고자 하는데, 그런 욕구를 알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상대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말을 하게 되면 대화는 나를 위주로 흘러가게 되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끝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가 없다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서도 나의 말을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했을 때 거기에 공감하기 위해 더 관심을 갖는 질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들을 충분히 말해볼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다. 나도 누군가가 상대방이 나에게 그런 태도를 보였을 때 내 이야기를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했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는 척하며 이야기하지 않고 모르는 것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태도, 편견을 잠시 내려두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태도 또한 갖추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평소 나의 듣는 태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나는 과연 내 주변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있었을까?' 표면적으로 듣는 행위를 하고는 있지만 성의없게 듣고 있지는 않았는지, 상대방의 말에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도중에 내 얘기를 하거나 내 스스로 판단하여 말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최근에 종종 이런 생각을 하는 때가 있었다. '나는 왜 맨날 들어주기만 해야하지?',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내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지 않고 왜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만 하려 하지?'라는 생각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상황을 떠올려보면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에는 즐겁게 늘어놓으면서 내가 이야기할 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할 때였다. 나도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는 상대의 태도로 나도 입을 닫아버리게 될 때. 거꾸로 상대방도 내가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태도로 인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따라서 나부터 먼저 진심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모습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들의 근본적인 뿌리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존중하는 마음 없이는 이러한 태도를 가질 수 없고, 존중하는 마음 없이는 상대방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정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나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이러한 모든 것들이 '존중'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 있는 존재들의 가치를 잊지 않고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하는 것. 그것이 내가 말센스를 키워가는 첫걸음이지 않을까 한다.

 

+ 분명, 말을 논리적으로 잘 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목적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나와 같이 심리적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대화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보면 좋은 책인 것 같다. 나는 우선적으로 다른 사람이 나에게 마음 놓고 편안하게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기에 책의 내용에 깊이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