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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노트

책::: '여행의 이유'를 읽고



집에 여러 가지 여행과 관련된 책들이 몇 권 있다. 여행을 가서 겪는 다양한 경험들, 그 안에서 성장한 나 자신, 그러니 여행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그런 이야기들이다김영하 작가 쓴 여행의 이유라는 책도 비슷한 내용이긴 하지만 맥락이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삶과 여행을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신이 다녀온 여행지, 그곳에 대한 묘사와 경험에 초첨을 맞추기보다는 여행에서 볼 수 있었던 자신의 모습, 자신이 살아온 과정, 소설가로 살아가며 느끼는 여행의 의미 등에 대해 더 자세히 서술한다. 

우리는 매일 같은 일과, 매일 같이 만나는 사람들로 인해 일상의 지루함을 느끼거나 너무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여행을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에도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 조금 자고 일어나면 다시 출근인 일상을 반복할 때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마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같이 휴가 일정이 맞는 친구를 찾으며 어느새 비행기를 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다른 나라 또는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특별해지는 내 하루로 인해 행복감을 느끼고, 여행이 끝나면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평범한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게 보통이다. 이렇게 나에게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의 도피처라는 의미에 가까운 것 같다. 

김영하 작가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책을 보았을 때 이 문장을 보게 되었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p.51


기대를 갖고 떠난 여행에서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경험에 실망을 하기도 하고, 또 계획과는 달라진 여행의 경로에서 뜻밖의 기쁨을 발견하고 또 그로 인해서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경험, 그 안에서 나 스스로의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등 이런 경험들이 쌓여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들. 무척이나 공감이 되는 말이다. 여행은 크게 봤을 때 결국은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현재를 잊기 위한 몸부림으로 여행을 선택하고 다녀오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경험들이 나의 삶을 살아가고 앞으로의 것들을 선택함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준 것 같다. 여행. 인생의 긴 여정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